2013년 1월 5일 토요일

[미래교회 트렌드 읽기] (9) 거꾸로 하는 헌금



교회서 오히려 헌금받아 세상에서 복되게 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한 교회가 전국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그것은 ‘거꾸로 헌금(Reverse Offering)’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방식은 이렇다. 주일 헌금시간 교인들이 헌금을 내는 대신 헌금 바구니에서 ‘하나님은 당신을 신뢰합니다(God Trusts You!)’라고 쓰인 봉투를 가져가는 것이다. 이 봉투에는 각각 10달러, 20달러, 50달러짜리 지폐가 들어 있었다. 이날 교인들에게 나누어준 돈은 주일 평균 헌금 액수인 3만 달러였다.

이 교회는 2001년 팀 루카스 목사가 개척한 리퀴드 교회다. ‘교회를 사람들에게 가져간다’는 비전으로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시작해 지금은 뉴브룬스위크와 너틀리에 집회장소를 가지고 있다. 매주일 온라인으로 연결된 국외 예배처를 포함해 2500여명의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리퀴드 교회는 에티오피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아이티, 엘살바도르에 식수를 제공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리퀴드 교회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8년부터 시작한 ‘공짜 시장(Free Market)’이라는 이름의 지역사회 봉사사역 때문이었다. 이 교회는 성도들이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모아 공원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눠줬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을 정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사람들에게 기름값을 대신 내주는 ‘기름값 내주기(Gas Giveaway)’ 사역을 했다. 노숙인들에게 겨울코트를 나눠주고, 크리스마스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를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이들의 사역은 지역매체뿐 아니라 CNN과 뉴욕타임스 같은 전국적 미디어에 소개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오늘날처럼 교회에 대해 어둡고 부정적인 뉴스가 많이 등장하는 때 리퀴드 교회의 사역은 일반인들이 교회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한번 ‘거꾸로 헌금’으로 미국사회를 놀라게 했다. 과연 ‘거꾸로 헌금’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루카스 목사는 ‘거꾸로 헌금’의 목적은 성도들이 자신이 받은 돈으로 이웃을 돕는 일에 투자하거나 사용토록 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성도들이 관대함을 배우고, 자신과 공동체를 위한 섬김을 실천토록 하는 것이다. 루카스 목사는 “현재의 경제적 위기는 영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회복 계획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여성은 ‘거꾸로 헌금’으로 50달러를 받아 자신의 차에 기름을 넣었다. 이 돈이 너무 필요했었다고 한다. 다른 한 사람은 그 돈으로 장을 보아 저녁을 차리고 태풍으로 피해 본 이웃을 초대해 식사를 함께했다. 빵가게를 운영하는 한 여성은 50달러를 받았는데 이 돈으로 재료를 구입, 빵을 만들어 팔아 500달러를 벌었다. 그리고 그 돈을 교회에 헌금했다.

루카스 목사는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리퀴드 교회 교인 중에는 태풍으로 피해 입고, 실직으로 수입이 끊긴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냥 정부의 보조만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20달러로 한 사람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리퀴드 교회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백성의 손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를 원하신다고 믿는다. 그래서 ‘거꾸로 헌금’ 봉투에는 미국 지폐에 쓰여 있는 ‘우리는 하나님을 믿습니다’를 뒤집어 ‘하나님은 당신을 신뢰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리퀴드 교회 성도들은 루카스 목사의 메시지를 신실하게 받아들였다. 성도 안젤라 쿠비스키는 “저는 이 예배를 통해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목사님의 메시지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메시지를 통해 ‘나를 위해 어떻게 돈을 사용할까’가 아니라 그 돈으로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쿠비스키는 ‘거꾸로 헌금’에서 10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이 돈을 종잣돈으로 해서 지역사회에서 약물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마켓스트리트미션’ 헌금을 늘려가기로 했다. 바로 이것이 루카스 목사가 원했던 ‘거꾸로 헌금’의 목적이었다.

‘거 꾸로 헌금’은 리퀴드 교회만의 사역은 아니었다. 이미 여러 교회들이 ‘거꾸로 헌금’을 시작했고 또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 6월 테네시주 연합감리교회 멤피스연회에서도 ‘거꾸로 헌금’을 실천했다. 4월부터 익명의 기부자들이 헌금한 700달러를 가지고 연회에서 ‘놀라운 관대함’이라는 주제로 ‘거꾸로 헌금’을 시행했다. 구역회에서 선정한 교회에 100달러씩을 보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한 공동체를 위한 사역에 신실하고 창조적으로 사용토록 했다. 그리고 성도들에게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도록 했다. ①이 프로그램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가? ②이것이 신앙의 양육과 교육을 제공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보는가? ③이 프로그램에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그렇게 되도록 하는가? 사실상 이 질문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칫 이러한 프로그램이 자선사업에 머무르거나 신앙공동체의 내적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 ‘선샤인 커뮤니티 교회’의 한 성도는 ‘거꾸로 헌금’으로 받은 5달러를 가지고 책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더해 38달러짜리 성경을 샀다. 그리고 예쁘게 포장해 누군가에게 선물하리라는 마음으로 자동차에 넣고 다녔다. 며칠 후 쇼핑을 하고 나오던 중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직장을 찾고 있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교인은 “내가 금전적인 도움은 줄 수 없지만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자동차에서 성경을 꺼내 주었다. 그 남자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한동안 좋은 선물을 받아보지 못한 자신의 아내에게 이 성경을 줘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곳은 ‘거꾸로 헌금’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현장이었다.

‘거꾸로 헌금’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러브 인 더 네임 오브 크라이스트(Love in the Name of Christ)’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이 사역을 하고 있다. 교회에서는 헌금 바구니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생필품 목록을 적은 종이를 넣는다. 목록에는 ‘화장실 휴지’ ‘세탁용 비누’ 등이 적혀 있다. 헌금시간 교인들은 헌금 바구니에 헌금을 넣는 대신 종이를 한 장 이상 뽑는다. 그리고 다음 주일 자신이 뽑은 품목을 구입해 교회로 가져온다.

‘거꾸로 헌금’은 사도바울이 예수님의 말씀을 빌려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고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거꾸로 헌금’이 아니라 ‘복 받은 헌금(Blessed Offering)’이라 하는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미래를 위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거꾸로 헌금’은 바로 교회의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 중 하나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교회의 본 모습을 가리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미래교회의 과제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이것은 거꾸로 돼 있는 것을 바로 놓기 위한 노력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하나님 편에서 바로 되기 위한 거꾸로의 시도인지도 모른다. 미래는 언제나 변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하나님의 시각과 관점에서의 ‘똑바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래 <감신대 교수>

국민일보에 연재된 글임을 밝힙니다.
http://missionlife.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0006&sCode=0003&arcid=0006597571&code=2311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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