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5일 토요일

[미래교회 트렌드 읽기] (3) 업그레이딩 처치

‘처치 3.0’ 거대한 물결이 밀려온다

“교회도 마치 컴퓨터처럼 운영체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다.”

이는 교회증식·개척 연구의 최고 권위자 닐 콜(Neil Cole)의 말이다. 컴퓨터가 업그레이드될 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운영체계가 더욱 단순해지며 직관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과제 수행에 있어서 컴퓨터가 더욱 강력한 능력을 가지기 바란다. 교회는 어떻게 업그레이드되어 왔나. 닐 콜은 사도행전 시대부터 지금까지 교회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두 번의 업그레이드가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 업그레이드는 콘스탄틴 황제 시절 일어났다. 교회는 지하에서, 풀뿌리로부터, 유기적인 운동으로 시작해 제도화된 조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리고 두 번째 업그레이드는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다.

#처치 1.0

초대교회는 처치 1.0의 교회였다. 처치 1.0은 제도를 갖추지 않은 운동이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처치 1.0이었다. 예루살렘 교회는 최초의 교회로 처치 1.0이라 부를 수 있다. 안디옥 교회는 처치 1.1, 바울과 바나바가 세운 갈라디아 교회는 처치 1.2, 고린도 교회는 처치 1.3, 에베소 교회는 처치 1.4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두 세기 동안 로마 황제 10명의 압제와 박해 속에서 교회는 단순하고 유기적인 운영체계를 지켜왔다. 이단이 출현하고 정화되면서 교회는 지역의 감독을 세우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교회는 강력한 박해의 환경 속에서도 제도가 아닌 풀뿌리 운동으로 남아 있었다.<사진 1>

그러나 서기 313년 콘스탄틴 황제는 기독교에 대한 박해를 중지하도록 했다. 그리고 기독교를 공인해 주었다. 이때부터 모든 것이 변했다. 콘스탄틴은 첫 번째 기독교인 황제가 되었다. 기독교는 변방에서 중심으로 그 위치가 바뀌었다. 기독교는 국가의 종교가 되었다. 즉 교회가 제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처치 2.0으로의 업그레이드였다.

#처치 2.0

콘스탄틴 이후 수세기 동안 서구의 교회는 로마가톨릭 교회와 동방정교가 세워지는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핵심적 운영체계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종교개혁 이후 로마 교회와 처치 2.1이라 부를 수 있는 개신교가 서로 분리됐다. 이 둘 사이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두 교회 모두 제도로서 체계는 거의 변한 것이 없었다. 오순절 교회에서 개혁교회, 침례교에서 형제교단, 메노나이트에서 감리교, 파이프오르간에서 전자기타, 전통적 교회 건물에서 현대적 공간으로 변화하면서도 처치 2.0 운영체계는 그대로 유지됐다.

주일예배에서 찬송을 부르고, 설교를 듣고, 헌금을 하며, 목회자는 강대상에서 설교를 하고, 교인들은 의자에 앉아 말씀을 듣는 형태는 4세기 이후 지속돼 온 교회의 모습이다. 간혹 교회음악의 유형이 바뀌고 설교의 스타일이 변하며, 교회 교육의 시스템이 새로워졌다고 해도 교회의 운영체계는 여전히 이전 모습 그대로였다.<사진 2>

물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과거의 기존 운영체계(초기설정), 처치 1.0으로 돌아간 교회들도 있었다. 급진적 아나밥티스들이 그런 경우였다. 물론 중국의 가정교회도 유사한 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교회 전체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단지 새로운 교회의 운영체계, 처치 3.0으로 이동하는데 준거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했다.

#처치 3.0

이제 교회 역사에 두 번째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뒤로 돌아갈 수 없다. 단지 앞으로 갈 수 있을 뿐이다. 만일 그렇다면 처치 1.0보다 더 나은 처치 3.0을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닐 콜은 이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초대교회 이후 2000년의 교회 역사 속에 나타난 경험들과 오늘날의 기술문명이 교회가 처치 3.0으로 가는 길을 도울 것이라고 한다.

처치 3.0으로의 변화는 어떤 것인가. 닐 콜이 자신의 책 ‘처치 3.0: 미래교회를 위한 업그레이드’에서 다룬 13가지 변화의 모습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마을교회에서 지구촌교회 ②근대세계에서의 목회로부터 포스트모던 세계에서의 목회 ③오는 것에서 가는 것으로 ④산술적 증가에서 기하급수적 증가 ⑤회중에서 네트워크 ⑥중심화에서 탈중심화 ⑦천편일률적 목회에서 그룹 특성에 맞는 목회 ⑧회심자 모으기에서 촉매적 운동 ⑨성직자의 예전에서 사도적 특성 ⑩학자적 모형에서 영적 가족 ⑪훈련된 목회자에서 훈련된 성도 ⑫10%에서 전체 ⑬교육에서 권한 부여.

이들 중에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닐 콜에게 있어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처치 2.0에서 처치 3.0으로의 업그레이드는 단순히 몇 가지 임시변통적 처방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에 관한 전면적이고 철저하며 완전한 변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 중심, 목회자 중심의 제도적 접근에서 관계적이고 단순하며, 전파성이 있는 방향으로 교회가 바뀌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닐 콜의 업그레이딩 처치의 비전을 들어보자.

첫째, 처치 3.0은 영적 능력에 의존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제도로서의 교회(처치 2.0)에서 관계로서의 교회(처치 3.0)로의 변화는 이성에서 영성으로의 길을 넓게 열어줄 것이다.

둘째, 처치 3.0은 단순성과 직관성을 운영체계로 삼게 될 것이다. 이는 교회가 새로운 변화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응답할 수 있게 하는 체계가 된다는 것이다.

셋째, 최근 기술의 진보가 개인과 개인, 교회와 교회가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넘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게 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처치 3.0이 얻게 될 기술적 유익이다.

넷째, 처치 3.0은 더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게 되어 교회의 참된 모습과 기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치 3.0은 운영체계 향상으로 몇 사람의 훈련받은 사역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교회의 사역과 사명에 함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처치 3.0의 관점에서 교회는 사람들을 섬기는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 세상을 섬기는 사람들 그 자체다. 따라서 교회는 더 이상 참석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하는 가족인 것이다. 즉 교회는 세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님을 알리는 사람들인 것이다.

처치 2.0은 교회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고, 얼마나 많은 재정적 능력이 있는가로 성공을 평가받았다. 그러나 처치 3.0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느냐(come)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내는가(go)로 평가를 받는다. 즉 수용능력(seating capacity)이 아니라 파송능력(sending capacity)이 교회 성공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표>

지금 교회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건물, 새로운 예배의 형태가 아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운영체계다. 운영체계 처치 3.0말이다. 서기 300년대 초대교회는 제도화된 유형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교회는 이 유형에 고착돼 있다. 그러나 이제 교회는 처치 2.0에서 벗어나 처치 3.0으로 새로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억하라. 만일 교회가 업그레이드를 뒤로 미루거나 업그레이드에 실패한다면 교회는 생명력을 잃은 골동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김영래 <감신대 교수>

국민일보에 연재된 글임을 밝힙니다.
http://missionlife.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0006&sCode=0003&arcid=0006448835&code=2311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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