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일 일요일

퍼져가는 가정교회

 

미국 가정교회 교인 10년새 9배 증가…"진정한 기독교 아니다" 비판도

가정집에서 소수의 무리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미국의 개신교인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교회 또는 미주 이민교회에서도 이를 따르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LA 타임스> 최근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벤추라에서 종교 행태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바르나 그룹(Barna Group)'은 지난 해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 9%가 매주 가정교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10년 전에 비해 9배나 성장한 것이다. 또 미국인 7,000만 명 정도가 가정교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국 전역의 성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정교회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주로 남성, 홈스쿨링 가족, 미 서부지역 유색인이었다. 반대로 여성, 60세 이상 장년층, 그리고 중서부인들은 가정교회에 비우호적이었다.

바르나 그룹 대표 조지 바르나는 "우리는 변화의 기점에 서있다"고 단정한다. 예배 성향의 변화와 관련해 '혁명(Revolution)'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그는 "2025년쯤 가면 현재 전통적 교회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새로운 유형의 교회를 개척해 가고 있으며, 이는 매우 흥분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바 르나에 따르면, 가정교회는 10~20명 정도의 참석자가 주말에 한 번 정도 회원들 중 한 집에 모인다. 이들은 성직자 대신 자발적인 리더십과 참여에 의존한다. 또 가정교회는 미국에서 복음주의자 혹은 개혁주의 신자들 사이에서 급성장하고 있으며, 젊은 성인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바르나는 "예수는 그의 공생애 기간 어느 누구에게도 교회에 가라고 한 적이 없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이 교회가 되라고 했다"고 말한다.

"기존 교회에서 맛볼 수 없는 친밀감 가정교회에서 경험"

가 정교회(house churches)는 현재 미국 교회에서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거실 교회’(living-room churches), ‘지하 교회’(the underground church), ‘오가닉 교회’the organic church), ‘단순한 교회’(the simple church), ‘벽이 없는 교회’(church without walls)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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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사이 가정교회의 수가 9배 증가했다. 사진은 켈리포니아 버클리의 '벽 없는 교회' 웹사이트.
(사진 제공 : 코리아 위클리)

가정교회의 유익에 대해선 현재 찬반 논란이 있지만, 이 같은 유형의 교회가 앞으로 기독교인들의 예배 형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 모두 동의한다.

가 정교회 찬성자들은 무엇보다도 ‘초대교회’의 모습을 지향한다. 성경에서 나타난 초대교회의 예배 모임은 가정집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의 모임이 소규모인데다 조직 또한 불분명했고, 주위의 감시가 있었던 시대적 상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텍 사스 윈스보로의 서던 뱁티스트 목사이자 전 세계에 무교파적 가정교회를 전파하고 있는 단 허벨은 "초기 교회 역사에서 300년 동안은 교회라는 유형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무형 교회가 성장하면서 건물 또한 함께 커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요즘의 초대형 교회로까지 발전했는데, 이런 교회 형태는 신도들 간의 친밀한 유대감이나 나눔 등 기독교의 소중한 가치를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무교파적 운동·선교단체인 '재건자들(the Rebuilders)'을 이끌고 있는 밀트 로드리게는 "줄 맞춰 나란히 배치된 의자에 앉아 일제히 앞을 바라보고 있는 기존 교회에서 맛볼 수 없는 친밀감을 가정교회에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02년부터 콜로라도와 미주리에 5개의 초대교회식 가정교회를 심어오고 있는 그는 가정교회는 한 사람이 말하고 나머지는 듣는 교회가 아니라, 참석자들이 각각 직분별로 '서로 함께 나누는 교회' 라고 설명한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종교학 교수 로저 핀케는 가정교회의 풀뿌리식 확산은 무교파적 기독교인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만약 당신이 동방정교회나 가톨릭 혹은 루터교회 교인이라면, 권위적 서열 체계가 없는 예배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에 궁극적 권위를 두는 복음주의자들은 예배나 성례전에 있어서도 특정 임명자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그들은 함께 모여 떡을 떼는 초대교회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원할 뿐이다."

"성경 말씀의 실체가 비어 있다" 혹독한 비판도

이처럼 가정교회를 기존의 교회 형태에 견주어 긍정적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가 정교회를 비판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보스턴 인근 콘웰신학교의 데이빗 웰스 교수는 가정교회를 들어 "성경 말씀의 실체(substance)가 비어 있다"면서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가 아니다"라고 혹독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웰 스의 지적은 그동안 가정교회에 대해 "교회의 목적에 따라 성경을 도외시하고 있거나, 성경을 일상생활의 매뉴얼 정도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우선 '하나님이 도대체 무엇을 말씀하고 있나'에 대한 고민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의 깊이 속에 들어가기도 전에 말씀을 적용시기에 바쁜 나머지 인간의 도덕적 의를 내세우게 만든다는 것이다.

웰 스는 또 "가정교회는 새롭게 나타난 영적 돌파구라기보다는 기존 대형교회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가정교회 교인들은 서로 비슷한 공감대를 지닌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나 해석을 내놓기 어려워 교회가 깨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예배와 전통과 관련된 가정교회의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성례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자훈련은? 사회적으로 도덕적 재앙이 닥쳤을 때 대처할 수 있을까? 결속력 강한 그룹 안에 타인이 쉽게 들어갈 수 있을까?

펜 실베이니아 주립대 핀케와 같은 주류 종교인들은 가정교회를 비교적 우호적인 눈으로 바라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나타난 '주기적 변화'로 치부한다. 즉 교회는 계속 개혁을 꿈꾸며 기성교회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8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또다시 더욱 조직적이고 활성적인 집단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가정교회는 또 다른 대형교회의 출발점이 되고 대형교회를 지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일부에서는 가정교회와 전통적 교회를 함께 묶으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데이브 기브온 목사(44)가 이 중 한 사람이다.

어 바인의 '새노래 교회(New Song Church)' 창설자인 기브온 목사는 15년 전 자신의 아파트에 소수가 모여서 교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후 교회가 성장하면서 대형화되자, 그는 다음과 같은 자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린 초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정말 변화됐을까? 이 상태로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나의 목표는 개개인의 성장보다는 교회 성장에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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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노래 교회(New Song Church)웹사이트.

1 년 안식년을 불교 번창 지역인 타일랜드에서 보냈던 그는 개인 집 거실에서 예배를 드리는 그곳의 기독교인들에게서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안정감을 느꼈다. 그는 "거기엔 예수가 있었다. 그들은 우리의 교회 전통을 접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안 식년을 마치고 교회로 돌아 온 그는 젊은 신도들이 다수인 교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자칭 '벽이 없는 교회' 이다. 벽이 없는 교회는 평균 12명 정도가 모이는 가정교회 15개를 묶은 교회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 예배 장소라는 모토 아래, 각 가정교회는 매주 한번 꼴로 번갈아가며 모이고, 매달 한 번씩 본부 '새 노래 교회' 연합예배에 참석해 여전히 기존 교회에 소속감을 갖도록 한다.

가정교회는 '새 노래 교회'에서 파견한 멤버가 참석한 가운데 말씀 나눔, 기도, 음악, 간식 등을 돌아가며 담당하고, 종종 성찬식을 베풀기도 한다. 또 본부교회와 가정교회를 연결하는 파견 멤버는 토론이 벌어지면 모두 긍정할만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주기도 하지만,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평신도 입장을 고수한다.

기 브온 목사는 가정교회가 본부 교회인 '새 노래 교회' 예배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주고, 가정교회 참석자들 또한 매주 장거리 운전을 할 필요 없이 신앙을 유지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교회가 운영하는 가정교회는 전 교인을 무조건 가정교회 단위로 쪼개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일부 교회 멤버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가정교회는 '괜찮은 친교모임'?

이 같은 가정교회의 유행은 미국 교회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일단 한국식 가정교회가 좀 더 강력한 중앙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미국의 가정교회와는 다르기는 하지만, 역동적으로 소그룹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많은 유사점이 있다. 한국형 가정교회는 본국 뿐 아니라 이민 사회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접목이 되고 있다.

미국 휴스턴침례교회에서 영향을 받은 '가정교회', 본국 사랑의 교회를 통해서 이미 잘 알려진 제자훈련 형태 (다락방), 셀의 아버지라 칭하는 랄프 네이버 박사를 중심으로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배워갔다가 다시 역수입된 셀 교회, NCD(국제터치셀사역한국본부)를 통해서 책자, 세미나가 보급되어 그 정도에 따라 부산 풍성한교회, 일산 한소망교회, 수원 지구촌교회, 안산 동산교회, 서울 제자교회 등등이 많이 알려진 가정교회 형태이다.

한국식 가정교회 역시 미국 가정교회가 안고 있는 장점들을 안고 있지만, 이와 동일하게 단점을 갖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즉 성경 본문 말씀(text)에 천착하지 못하고 목회자의 설교나 특정 시각에 의해 짜여진 교재에 주로 의존한 부차적 해석(secondary interpretation)이 성경의 진리를 대체하여 나누어지고 있다거나, 모임이 잘못 진행될 경우 자칫 신앙 공동체적 본질과는 거리가 먼 ‘가십성 나눔’이나 기껏해야 이를 약간 벗어난 덕담성 나눔이 주를 이룰 수 있고, 인간관계가 복음적 고백과 영적 교통을 통한 공동체로 묶이기보다는 일정한 방침에 따라 묶여진 ‘괜찮은 친교 모임’ 정도에 그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가정교회에서 강조하고 있는 ‘실천'이나 '적용'도 성경 본문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의 결과물이라기보다 설교자의 2차적 해석 및 지침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에 불과할 수 있다며 성령의 이끄심을 근간으로 해야 하는 개신교 신앙의 본질이 오도될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설교비평학자 정용섭 목사 같은 이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삶의 변화에 앞서서 하나님과의 존재론적 만남이 우선하며, 삶의 변화는 특정 지도자의 능력이나 영역이 아니라 진리의 영이신 성령의 몫인데도 불구하고 시종 적용에 강조점을 둔" 가정교회 목회자들의 성경에 대한 태도에 반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성령의 영역인 '변화'에 대한 인본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적용'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가정교회 목회자의 설교를 분석하면서 "성서 텍스트는 매우 거칠게, 거의 주마간산 격으로 다루어지고, 청중들의 삶만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앙 통제식 시스템에 정서적 안정감

그 러나 교회의 비전이 불분명하거나 분명한 신앙고백이 없는 교인들이 다수를 이루고, 신입 교우에 대한 마땅한 프로그램이 채 구비되어 있지 않은 교회들에 비해 중앙 통제식으로 잘 정비된 '시스템'을 가진 한국형 가정교회가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도 현실이다. 일단 상당수의 교인들은 모임의 성격이 영적인지 또는 성경적인지에 대한 분별을 하기에 앞서 형식적이고 메마른 분위기의 기존 교회들에 비해 '손님맞이'를 위해 온정적 형태로 잘 정비된 가정교회에서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결 국 나라에 따라 형식상 차이는 있을지라도 가정교회가 소그룹을 통한 문어발식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또 다른 교회 형태에 불과하고, 기독교 신앙의 유일한 근거인 '성경 말씀의 실체가 비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그룹의 역동성이 체계화된 장점들로 인해 당분간 기존 교회에 식상한 일반 신도들에게, 특히 20~40대의 젊은 층 신도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제공하며 새로운 주류 교회 형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마이애미) 김명곤 기자
* 이 글은 플로리다에서 발간되는 <코리아위클리>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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